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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관문, 모로코 카사블랑카는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음에도 유럽의 정취가 진하게 묻어나는 도시입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배 역사에서 비롯된 유럽식 도시 구조와 문화 요소는 카사블랑카를 단순한 모로코의 대도시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대서양을 마주한 항구 도시이자 모로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서, 카사블랑카는 유럽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건축, 문화, 생활방식, 음식에 이르기까지 왜 이 도시가 '유럽보다 유럽 같은 곳'으로 불리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럽 감성의 거리 풍경
카사블랑카는 도시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유럽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심을 구성하는 건축 양식은 프랑스의 아르데코, 스페인의 무데하르 양식 등 유럽의 영향을 짙게 받았으며, 이는 도시를 형성하는 전반적인 미학과 정체성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대표적인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로는 ‘호텔 린콜른(Hotel Lincoln)’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파리 건축가인 위베르 브리세(Hubert Bride)가 설계한 것으로, 1930년대 프랑스 도시계획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건물 외벽에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조형물이 조각되어 있으며, 현재는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모하메드 5세 광장’은 유럽풍 도시계획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광장 중심에는 거대한 분수가 자리하고 있고, 주변에는 프랑스 식민 정부가 세운 법원, 우체국, 은행 등이 반듯한 정렬로 배치되어 있어 파리의 상젤리제 거리 못지않은 조화를 보여줍니다. 거리 곳곳에는 야자수와 꽃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분수 주변의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여유를 누리는 모습은 유럽의 휴양 도시를 연상시킵니다. 프랑스 대로(Avenue des FAR)와 모하메드 6세 대로는 넓은 인도와 세련된 외관의 상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브랜드의 부티크들이 즐비해 마치 유럽 쇼핑 거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아프리카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수준의 거리 풍경을 갖춘 곳은 흔치 않습니다.
유럽풍 문화와 생활 방식
카사블랑카는 단지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문화 속에서도 유럽의 흔적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프랑스 식민 통치 시절 교육제도의 영향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프랑스어는 모로코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특히 카사블랑카에서는 프랑스어를 제1언어처럼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카페 문화 또한 프랑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대표적 요소입니다. 도시 곳곳에는 파리 스타일의 테라스 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거나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카페 리크(Café Rick’s)는 영화 '카사블랑카'를 모티브로 삼아 관광객들에게 인기 높은 명소로, 프렌치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 장소입니다. 문화 예술 측면에서도 유럽식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빌라 데 자르(Villa des Arts)’는 현대 미술 전시관으로, 모로코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공간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각국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자주 열리며, 모로코 현지 작가들의 작품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카사블랑카에서는 또 매년 ‘카사블랑카 국제영화제(Casablanc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와 ‘프랑코포니 문화주간’ 같은 문화 행사가 개최됩니다. 이는 프랑스 문화권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이자,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지표입니다.
지중해식 음식과 유럽 스타일 레스토랑
음식 또한 카사블랑카의 유럽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도시에는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 지중해식 그릴 전문점이 즐비하며, 대부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프랑스어로 된 메뉴판을 제공하고 와인 페어링을 기본으로 구성합니다. 특히 카사블랑카 항구 근처에 위치한 레스토랑 'Le Cabestan'은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프렌치 지중해식 요리 전문점으로, 해산물 플래터, 송로버섯 리조또, 오렌지 소스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등 유럽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를 제공합니다. 이 레스토랑은 현지 상류층과 유럽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명소 중 하나입니다. 또한 ‘La Sqala’라는 전통 레스토랑에서는 모로코 전통 요리와 프렌치 스타일을 조화롭게 접목시킨 요리를 제공합니다. 타진 요리에 프렌치 요리 기술이 가미되어 새로운 형태의 ‘퓨전 모로칸’ 음식이 완성되었고, 이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미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로코 전통 차인 민트티도 마시는 방식이나 찻잔 디자인이 프랑스 식 다관 스타일로 바뀐 경우가 많으며, 빵 문화 역시 바게트와 크루아상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침 식사로 크루아상과 블랙 커피를 즐기는 카사블랑카 시민들의 모습은 파리의 카페 문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카사블랑카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유럽 문화와 아프리카 정체성이 독특하게 융합된 도시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유럽 건축 양식을 느끼고, 프렌치 스타일의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지중해식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은 아프리카 대륙의 유럽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합니다. 새로운 도시 경험을 원하거나, 유럽과 아프리카 문화를 동시에 체험하고 싶은 분들께 카사블랑카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이 매혹적인 도시로 여행을 떠나보세요!